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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메타버스 안에서 콘텐츠 큐레이팅. ‘메타버스? or 필터버스?’
등록일 2021-04-01
첨부파일


< 사진 출처 : freepik.com>


보고 싶은 것만 있는 세상

 

메타버스 가상의 세계에서 나만의 성과 같은 집을 짓고 이상형을 만나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일. 한 번쯤은 밤 에 꿈에나 나올만한 일이다. 요즘 화제인 메타버스(Metaverse)라는 가상의 세계 얘기다. 메타버스에서 이용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담은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서 가고 싶은 곳을 가고, 하고 싶은 행동을 할 수 있다. 또한,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고 필요하다면 경제활동도 할 수 있는 공간이 메타버스다. 얼핏 생각하면, 메타버스는 오늘날 마인크래프트(Minecraft) 같은 게임으로 치환해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떠한 분야든 새로운 용어가 부각하는 이유는 그 용어가 새로운 현상을 담고 있고 그 현상에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공감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마인크래프트는 게임용어로 스쳐 듣게 되지만, 메타 버스라는 용어에는 귀를 열고 잠깐의 집중도 할 수 있다. 일단 용어가 심오해 보이고 오늘날의 삶을 표 현하고 있는 것 같아 그럴 것이다. 집 밖에 마음대로 못 나가고 사람들과 언어적·비언어적 스킨십을 자제한 지도 1년이 넘어간다.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가지 못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마음대로 못 만난 사람들은 집콕족이 되어갔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영상 스트리밍에 심취하고 게임에 심취하고 화상회의에서 만이라도 만나기를 반복했 다. ‘진상(眞像)’에 대한 경험을 잃어가면서 ‘가상(假像)’을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였다. 어찌 보면 메타 버스가 우리 사회에서 관심을 얻게 된 이유에서 진상에 대한 느낌을 잃어가고 가상에 익숙해진 우리 자 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메타버스의 가상은 그냥 가상이 아니다. 온라인 네트워크 안에서 메타버스를 이용하는 이용 자 자신이 만드는 가상의 세계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는 가상세계이니 이용자 스스로 보고 싶은 것만 만들어 배치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적극적으로 자신만의 가상세계를 구축하는 이용자라 면 메타버스라는 자신이 창조한 세계에서 호의호식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 함정이 있다.






< 사진 출처 : freepik.com>


 

이용자 맞춤형의 콘텐츠 큐레이션은 필터버블을 만들고
 

메타버스에서 이용자는 어떻게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며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을까? 이용자는 메타버스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반영한 캐릭터를 만든다. 얼굴, 나이, 키, 몸무게, 사는 곳, 성별, 지식 및 소득 수준까지 반영한 아바타를 만드는 것이다. 이 아바타는 메타버스에서 존재 하는 개체로 이용자가 설정한 생김새와 성향을 모두 반영하여 생산된다. 이용자는 이 과정에서 자신만의 정보들을 1차적으로 노출하게 된다. 물론 메타버스를 컨셉으로 만든 서비스에 가입하면서 이미 사전에 기본적인 개인정보는 서비스 업체에 제공되지만, 이보다 아바타를 만들 때 더 많은 이용자 정보들이 노 출된다. 이용자에게 회원가입의 행위는 행정적 절차이지만 아바타를 만드는 과정은 메타버스에서 생활할 자신의 복제품을 창조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더욱 적나라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담도록 노력하고 이 과정 에서 양질의 이용자 정보가 메타버스 서비스 알고리즘에 얹히는 것이다. 이용자 맞춤형의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가 제공되는 요건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이용자 자신이 만 든 아바타를 통해 말이다. 그런데 이 아바타가 만들어지면 이제는 메타버스에 더욱 많은 흔적들을 남긴다. 메타버스에서 어떤 공간에 갔는지 누구와 만났는지 무엇을 만들었는지 어떠한 활동을 했고 누군가에 게 어떤 말을 했는지까지도. 현실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개인정보가 노출된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만 든 아바타가 실제 자신은 아니니, 아바타가 흘린 정보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런데 이 정보들은 어떠한 서비스를 낳는가. 바로 더욱 강력한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를 낳게 된다.

그런데 메타버스에서는 이게 쉽지 않다. 이미 이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메타버스에 만들었고 그 가상의 거짓 공간에 익숙해졌기에 필터버블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그 필터버블을 하나의 세상으 로 인식하기 쉽다. 자신만이 원하는 세계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들만 벌어지니 이용자는 필터버블에 갇힌 자신을 인식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실제 세상에서도 편협한 시각을 가지거나 선입견에 빠지고 싶다면. 답은 간단하다. 좋은 얘기 해주 는 사람만 만나고 매번 다녔던 익숙한 곳만 가고, 반복되는 일들만 경험하고 새로움을 추구하지 않으며, 하고 싶은 행동을 무조건 용인해주는 사회에 편입하면 된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이 언제나 새로운 사람 같고, 나는 언제나 새로운 장소를 가고,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것 같지만, 이 모두는 콘텐츠 큐레이션 알고리즘에 의해 제공되는 것이다. 실제 세상의 그것들과는 다른 것이다. 길을 지나가다가 이상한 사람도 만나고 억울하게 욕도 먹고 간만에 큰 마 음 먹고 찾아간 음식점의 음식 맛이 너무 떨어지는. 이런 경우를 메타버스에서는 경험하기 힘들다는 말 이다.

만일 메타버스에서 이런 일을 겪는다면 아직 나의 아바타가 많은 흔적(정보)을 남기지 않은 경우 를 빼고는 드문 일일 것이다.





< 사진 출처 : freepik.com>



 

메타버스. 필터버스가 될 것인가
 

필자는 가상세계로 유명한 공간을 떠올리라면, 지금으로부터 무려 18년 전인 2003년 린든랩 (Linden Lab)에서 개발한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가 아직도 가장 먼저 생각난다. 당시의 센세이션, 그 기억으로 말미암아 아이들이 마인크래프트에 열광하는 이유가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가상의 세계 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세계이고 그 세계에서 구현된 공간은 내가 무엇이든 만들 수 있고 내가 어디든 갈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3년 린든랩의 세컨드 라이프는 센세이션을 가져왔지만 인기도 금방 사그라들었다. 오늘 날처럼 견고한 ICT 기술이 뒷받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세컨드 라이프에서 내세운 메타버스는 견 고하지 못했다. 그래픽이 지금에 비해 후졌고 통신 속도가 받쳐주지 못해 서비스 이용이 매끄럽지 못했 다. 메타버스를 구현한 서비스라는 점이 신기했지만 신기하기만 한 수준에서 한 번쯤은 이용해 볼 만한 서비스로 전락하고 말았다. 세컨드 라이프가 몰락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 있을 것이다. 특히 기술적으로는 18년 전 서비스인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는 다른, 무엇보다 가장 큰 기술적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어떠 한 ICT 서비스도 이용자 정보를 수집해 대용량의 빅데이터를 만들고 이 데이터를 통해 서비스를 지속적 으로 개선해나가는 일이 보편적이지만 당시에는 안 그랬다. 이용자 데이터를 통해 콘텐츠를 지속하여 추 천해주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서비스에 반영하는 일이 당시에는 가능했다고 해도 현재의 기술력에 비교 할 바가 못 되었다. 데이터 분석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이 정확도가 떨어지니 이용자에게 추천해주는 콘 텐츠도 이용자가 정작 원하지 않는 콘텐츠인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오늘날의 메타버스 서비스 환경은 다르다. 이미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경험한 이용자들은 서비스를 보는 눈이 매우 까다로워졌고, 때문에 제대로 된 추천 서비스 없이는 서비스가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아 졌다. 현재의 메타버스 서비스들이나 앞으로도 론칭을 앞둔 메타버스 서비스들은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그 경쟁적 요소 중 하나로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이 포함되는 것이다.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는 이처럼 메타버스의 경쟁적 요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다. 콘텐츠 추천 서비스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 결국 피해를 받는 것은 이용자다. 필터버블에 갇혀버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까지 원고를 쓰고 나니, 메타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가 필터버블 에 갇힐 확률이 높은 것이 아니라, 메타버스 이용자는 그 메타버스가 필터버스라는 것을 이미 인식해야 할 정도로. 메타버스는 틀림없이 필터버스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그것이 현실 세계의 모습이다. 오늘도 유튜브 추천 영상에 심취하는 우리. 메타버스에서 더하면 더할 것이다. 부디 그곳에 갇히지 않기를.


<출처 : 한국인터넷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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