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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디지털 휴먼(버츄얼 인플루언서)에 대한 시사점
등록일 202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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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Rozy instagram>


 

신비주의를 지향하는 연예인인 줄만 알았던, 그녀

그녀의 이름은 ‘로지(Rozy)’, TV광고에 등장하여 여느 CF 배우와 마찬가지로 연기를 하고 춤을 췄다. 그녀가 등장한 광고는 경쾌한 음악에 화려한 영상을 담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매우 특이한 영상효과나 인물이 등장하는 광고는 아니었다. 영상과 음악이 깔끔해 많이 공들인 광고 정도로 느껴져 눈길이 가긴 했지만, 이제껏 있지 않았던 광고의 유형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등장한 광고는 며칠 지나지 않아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화제를 일으킨다. 왜냐하면, 이 광고에 등장하는 ‘로지’라는 배우가 실제 사람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광 고에 등장한 로지의 얼굴은 실제 사람의 얼굴 느낌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렇다고 인공적인 느낌을 주는 얼굴도 아니었다. 광고 내내 얼굴을 극단적인 클로즈업으로 오래 잡아주는 컷이 없었기 때문에 ‘로지의 얼굴은 실제 사람의 얼굴처럼 자연스럽지 않다.’, ‘아니다, 사람이 맞다.’라는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솔직히 필자는 로지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는, 신비주의 전략을 구사하는 신인 배우 라고 의심했다. 요즘은 많은 소셜미디어에서 실제 사람의 얼굴 사진이나 동영상에서도 다소 인공적인 느낌 을 받은 터라, 로지도 화장을 특이하게 했거나 각종 영상 필터로 보정을 한 배우의 얼굴로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SIDUS studio X)’라는 기업이 만든 디지털 휴먼이다. TV광 고를 촬영하기 전에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다가, 2021년 7월 TV광고에 등장하면서 인기를 끌어 유 튜브에서도 2천만 뷰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는 로 지를 개발하여 스타로 성장시킨 것이다. 로지는 이제 각종 CF 문의를 받고, 다양한 마케팅 사업자와 콜 라보를 하는 일약 스타덤에 오른 ‘디지털 휴먼’이 된 것이다.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의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로지 사진이 걸려있는 것만 봐도, 로지는 이제 회 사가 키운 아이돌의 느낌이 난다. 로지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사람들이 디지털 휴먼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디지털 휴먼 이라면 개발사가 만들어 하나의 이미지에 갖춰 살 것 같지만, 2021년을 강타한 디지털 휴먼들은 달랐 다. 바로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인플루언서로 활약한다는 점, 실제 사람들과도 사진이 나 동영상 촬영을 하고 마치 현재 활동을 하는 연예인처럼 소통도 한다는 점 등이 달랐다. 실제 디지털 휴먼은 SNS 인플루언서들처럼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즐기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업로드하 고, 짧은 소통들도 이어가면서 가상의 인플루언서인 ‘버츄얼 인플루언서’ 영역을 개척한 것이다. 가상의 인물이 개발되어 가상과 실제의 공간을 넘나들며 하나의 직업을 차지해버린 것이다.

‘한유아’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한유아’는 스마일게이트 그룹이 개발하여 성장시키고 있는 디지털 휴먼 이다. 한유아는 원래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VR게임 ‘포커스온유’에 등장했던 캐릭터였는 데, 2021년 8월 27일부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가상의 게임 캐 릭터가 실제 사람과 유사한 모습으로 재창조되어, 실제 사람과 똑같은 방식으로 연예 활동을 시작하겠다 고 밝힌 셈이다. 예전에는 가상의 캐릭터가 만들어지면, 이들에 대한 정보를 캐릭터 개발사가 공개했다. “자사의 캐릭 터 누구누구가 이번에 무엇을 한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다르다. 캐릭터 그 자신이 SNS 를 통해 자신의 활동 현황이나 기분, 현재의 상태 등을 알린다. ‘가상 캐릭터’보다, ‘디지털 휴먼’이라는 용어가 확산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캐릭터의 정체성이 더욱 강 해졌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유아의 경우에도 성명, 출생년, 성격, 취미가 이미 셋팅되어 사람들에 게 공개되었고, 사람들은 이러한 한유아의 프로필과 SNS 내용을 참고로 한유아와 소통을 시도한다. 사 람들이 소통하는 대상이 뻔한 가상의 캐릭터이고, 소통의 내용을 개발사가 모두 통제한다는 느낌이 강하 다면 사람들의 관심이 이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 디지털 휴먼은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사람보 다 더 사람같고 자기 정체성이 뚜렷하다는 생각이 사람들 사이에서 퍼졌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요즘의 디지털 휴먼은 기존의 가상 캐릭터들과는 다르다.

다양한 형태로 디지털 휴먼이 인기를 끈 나머지, 폭증하는 인기 때문에 개발사가 양해를 구하는 해프 닝도 일어났다. 바로, 버츄얼 유튜버 ‘루이’를 개발한 ㈜디오비스튜디오의 사례다. 루이도 디지털 휴먼의 일종인데, 루이는 딥페이크(Deepfake) 기술을 통해 실제 사람의 얼굴에 가상으 로 개발된 루이의 얼굴을 입힌 형태의 디지털 휴먼이다. 유튜버로 시작하여, 동영상에 등장하여 대화를 시도하기 때문에 사진이나 기존에 만들어진 동영상으로만 존재하는 디지털 휴먼에 비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루이의 유튜브 채널 ‘루이커버리(RuiCovery)’가 구독자 3만 명을 넘기는 성공을 거두고 인기 있는 동 영상이 20만 뷰에 육박하자,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연예인 같은 이미지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루이를 제작한 ㈜디오비스튜디오의 홈페이지를 가보면, 루이의 인기 때문에 쉴새 없이 전화를 받고 있어 소비자들의 양해를 구하는 메시지가 올라와 있다. 또한, 소비자들이 문의하는 개인서비스에 대해서는 2022년 7월 론칭하겠다고 밝혔다. 루이에 대한 인기도 인기지만, 루이 와 같은 캐릭터를 개발하여 자신의 채널에서 활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도 많았다는 대목이 읽힌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디지털 휴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는데, 미국에서는 이미 ‘릴 미켈라(Lil Miquela)’의 활동을 통해 디지털 휴먼에 대한 가능성이 이미 검증되었다. 19살 브라질계 미 국인 여성 외모라는 정체성을 지닌 릴 미켈라는 2021년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수가 3백만 명을 넘길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릴 미켈라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실제 사람들과 생활하며 찍은 듯한 사진과 동영상으로 버츄얼 인플루언서로서의 면모를 과시한다. 릴 미켈라는 이미 유명 명품 브랜드 모델로 활동 한 바 있고, 연 100억 원 이상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최근 부각하는 디지털 휴먼으로는 쇼호스트와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루시(Lucy)’도 있고 일본에 서 이케아 광고모델로 유명세를 얻은 ‘이마(Imma)’도 있으며, 심지어 프로게이머 ‘페이커(Faker)’의 디지털 휴먼 버전인 ‘디지털 페이커(Digital Faker)’도 있다. 그야말로 디지털 휴먼이 인기몰이를 하는 한 해다.




<사진 출처 : freepik.com>

 

왜 그들은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되었나?

디지털 휴먼이 인기를 끈 이유는 실제 사람과 똑같지만 사람이 마주하는 제한적인 상황에 별로 영향 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사람의 경우에는 유명해져 광고를 하나 촬영한다고 해도 한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양이 한정적이지만, 디지털 휴먼은 미리 기술적인 작업을 해놓기만 하면 사람보다 훨씬 많은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다. 디지 털 휴먼을 개발하고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효율적일 수 있다. 또한, 구설에 휘말리지 않는다는 장점도 크다. 디지털 휴먼은 사람들이 말하는 ‘썰’에 휘말릴 일이 없 다. 철저히 사람이 통제하여 개발해낸 가상의 존재이기 때문에 사생활 문제가 없고 많은 감동적인 인생 에피소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겪는 사생활 문제에서 해방되는 것이므로 개발 사나 광고주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그런가 하면, 디지털 휴먼은 늙지도 않고 짜증도 내지 않고 항상 모범적인 말과 행동을 보여줄 수 있 다. 많은 연예인이 자신의 생애주기에 맞춰 연기나 노래를 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데, 디지털 휴먼은 언 제나 자신의 나이에 머물러 있어, 처음 개발된 그 정체성을 가지고 팬들에게 다가설 수 있다. 실제 사람 과 가장 다른 면이자 가상의 인공물이라는 점이 많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여기까지는 디지털 휴먼이 화제의 중심에 섰던 이유를, 디지털 휴먼이 실제 사람과는 다른 ‘가상의 인 공물’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본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휴먼은 어쨌든 시장이 개발하여 대중에게 선보인 상품이므로 어떠한 시장이 이들 디지 털 휴먼을 움직였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우선,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 시장을 살펴보자. 인플루언서들은 SNS에 텍스트, 사진, 동영상을 업로드하며 인기를 끌고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광고와 마케팅 활동을 하여 수입을 얻는다. 전 세계에서 이처럼 인플루언서가 활동하는 마케팅 플랫폼 시장 규 모는 매년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에는 2억2천만 달러의 시장을 2027년이 되면 3억7천만 달러 이상의 시장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 시장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많은 인플루언서가 활동해야 할 것이다. 하지 만, 광고주는 더욱 효율적으로 상품의 마케팅이 이뤄지길 바랄 것이고 더 많은 물량의 광고가 소비자에 게 전달되기를 원할 것이다. 디지털 휴먼은 이렇게 성장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 시장을 채우는 하나의 개체가 될 수 있다. 어찌 보면, 향후에는 디지털 휴먼이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과 분리된 마 케터가 아니라 플랫폼과 함께 개발되는 기술 상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디지털 휴먼은 실제 사람 이 아니라 기술의 결과물이므로 그렇다. 다음으로 게임 시장규모도 한번 살펴보자. 물론, 게임 시장규모는 모바일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휴먼은 게임의 캐릭터를 실제 사람과 동일하게 보이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가상현실 을 통해 사람들이 직접 게임에 참여하는 메타버스 형태의 게임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디지털 휴먼이 실 제 사람 하나하나의 정체성을 가지고 개발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게임 시장 규모가 커지고 메타버스 를 구성하는 산업군의 성장이 가속화될수록 디지털 휴먼은 더욱 많은 이용자가 사용하는 기술이나 서비 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사진 출처 : freepik.com>

그들이 마주할 운명은? 개발ㆍ거래ㆍ폐기처분이라는 굴레

올해 디지털 휴먼이 사람들에게 인식된 것은, 디지털 휴먼이 만들어졌다는 정보가 아니라 디지털 휴 먼이 이렇게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디지털 휴먼이 실제 인간과 유사하게 만들어질 수 있고 이들 이 버츄얼 인플루언서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과거에도 많은 사람들이 상상했던 바다. 하지만, ‘실제 만날 수도 없는 디지털 휴먼이 인플루언서로 활동한다고 해서 그리 큰 인기를 끌 수 있 을까’란 의구심은 이제 믿음으로 바뀌고 있다. 디지털 휴먼이 실제 인간만큼 많은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고 특히 광고나 마케팅 영역에서는 인간보다 나은 이미지를 선사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한편, 디지털 휴먼을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고 이를 활용하여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믿음이 계속된다 면 디지털 휴먼도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과 같은 콘텐츠로 전락할 수 있다. 디지털 휴먼에 개성 넘치 는 정체성이 입혀졌고 완벽한 인성을 구현했다고 해도 이는 인간이 개발한 기술에 불과하다. 따라서, 기 존에 사람들이 미디어 공간에서 비즈니스에 활용했던 텍스트, 사진, 동영상과 같은 콘텐츠와 다름없게 여겨질 것으로 본다. 역설적으로 소비자들이 생각 있고 정체성이 있는, 혹은 진짜 사람 같은 '디지털 휴 먼’을 더 원하면 원할수록 디지털 휴먼에 대한 생산량은 늘어나 일개 콘텐츠 형태로 전락할 가능성이 더 욱 높아진다고 본다. 결국 디지털 휴먼이 콘텐츠화 된다면, 개발ㆍ거래ㆍ폐기처분이라는 콘텐츠 생애주기의 굴레에 갇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디지털 휴먼도 여느 콘텐츠와 다를 바 없이 소유권, 모방, 역기능 등의 문제에 휘말릴 수 있으며 그러면서 차츰 한 시대를 풍미한 콘텐츠로 잊히게 될 것이라 본다. 디지털 휴먼에 대 한 가능성이 이제 발견된 단계이지만, 앞으로 전개될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자료 출처 : 한국인터넷 진흥원 KISA Library 최홍규/EBS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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