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2G 시대의 위치정보법과 5G 시대의 현실 |
---|---|
등록일 | 2021-08-18 |
첨부파일 | |
들어가며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위치정보법”)은 “이동통신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물류, 보안, 상거래 등에 위치정보를 이용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개인위치정보가 유출, 남용되는 등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될 우려가 커지고 있는 바,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사업에 대하여 허가제도, 위치정 보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에 대하여 신고제를 도입하고, 위치정보의 수집·제공 등에 관한 절차를 정함으로써 위치정보의 유출로 인한 사생활 침해의 방지를 도모하는 한편, 위치정보와 관련된 기술개발, 표준화 등을 지원함으로써 위치정보의 이용을 활성화하고 국민생활의 향상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 하기 위하여” 2005년도에 제정되었다. 최초의 아이폰이 출시된 시기가 2007년 9월이며(출시 발표는 같은 해 1월), 그 이후 본격적인 위치 기반 서비스(location-based service, 이하 “LBS”)가 모바일 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제공 및 확산된 것 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위치정보법은 상당히 앞선 시기에 제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현대의 스마트폰 이전에도 소비자향 위치기반서비스 기능을 가지고 있는 웹 기반 디바이스가 존재했는데, 1999 년에 출시된 Palm VII가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기기에 내장된 2종의 위치기반 앱은 우편번호 레벨의 위치 정보를 사용하였는데, 하나는 the Weather.com(The Weather Channel) 앱이며, 다른 하나는 TrafficTouch 앱(Sony-Etak/Metro Traffic)이었다.1) 그런데, 우리나라의 위치정보법은 이와 같은 모바일 기기에서 구동되는 소비자향 위치기반 서비스 앱 을 고려하여 제정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본격적인 소비자향 스마트폰으로 평가할 수 있는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기 훨씬 이전에 제정된 점이나, 법 제정 당시 국내에 PDA에서 구동되는 소비자향 모바일 앱에 의한 위치정보 침해가 문제가 된 적이 없다는 점도 위치정보법이 모바일 기기에서 구동되는 소비 자향 위치기반 서비스 앱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쉽게 추정하게 한다. 우리나라 무선 네트워크는 2002년 1월에 들어서야 세계 최초 3세대(3G) EV-DO 사용서비스를 개시했고, 2003년 12 월 말에서야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상용 서비스가 개시되었다. 한국형 무선통신으로 불리던 와이브로가 상용서비스를 개시한 것도 2006년 6월이었다. 따라서 위치정보법이 제정된 2005년은 현대 의 무선 통신 및 스마트폰 환경과는 사뭇 다른 시기였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런데, 2005년에 제정된 위치정보법이 기술과 환경의 변화를 적절히 반영하여 필요한 개선이 되었는 지, 특히 스마트폰 앱 기반의 위치기반서비스의 성장, 보편적 스마트폰 보급, 그리고 다양한 위치정보 추 정 및 보호기술의 출현 등을 고려하여 (위치)정보주체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위치정보가 창출할 수 있는 ‘개발되지 않은 가치(untapped value)’를 발굴할 수 있는 법제로 변화하였는지에 대해서는 긍정 적 평가를 확인하기 어렵다. 위치정보법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 것, 앞으로는 어떻게 개선이 되어야 할 것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사진 출처 : freepik.com> 위치정보법 제정 배경 살펴보기 위치정보법은 특정 기술이나 서비스를 고려하여 제정된 법률(기술법, technology law)이 아니라 개인 위치정보의 수집ㆍ이용 등 행위를 규율하는 규범으로 제정되었다. 법이 제정되던 당시 개인위치정보에 관한 논의의 주 대상은 이동통신 단말을 통하여 수집되는 개인위치정보(주로 기지국 기반의 triangular positioning method로 수집되는 위치정보에 한정)였으나, 지상파 LBS 또는 RFID 등의 수단에 의하여 위치정보가 수집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가 되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사회적으로는, 한 대기업 노동자들과 가족 등이 3개월 이상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이동통신사의 위 치추적 서비스인 ‘친구 찾기’에 가입되어 650여 차례 위치추적을 당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된 적이 있 고, 지리산에서 실종된 40대 회사원의 위치확인을 요청했으나 실종 다음날 통신사업자로부터 최종 발신 지 기지국 위치정보를 받아 소방서에 제공했고, 시간이 늦어져 실종자는 결국 사망한 사례도 발생했는데 이러한 사례들도 위치정보법 제정 목소리를 높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법 제정 당시에는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 통신비밀보호법 등이 개별적으로 개인정보, 통신 서 비스에서의 이용자, 통신의 내용 등을 보호하였으나 위치정보를 통합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법제는 마련 되지 않았다. 개인정보보호법도 존재하기 전이었던 시기였다. 개인위치정보는 개인정보의 일종으로서 정 보통신망법에 의해 규율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으나, 개인위치정보 외의 (일반)위치정보에 대한 규율의 문제, 제3자 이용의 엄격한 제한 필요성 등은 별도의 위치정보법 제정 필요성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 는 논거로 작용했다. 위치정보법 제정 필요성과 관련하여 위치기반 서비스가 급속도로 주목받는 요인도 자주 언급되었는데, 첫째는 ‘모바일 커머스’가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된 점, 둘째는 LBS 도입으로 다양한 응용서비스가 가능하 게 되어 ‘이동통신사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된 점, 마지막으로 차량 인터넷 서비스(automotive telematics)에서 사용되는 핵심 기술이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세가지 측면의 LBS의 활성화 기대감은 지금의 위치정보 활용 상황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치정보법 제정의 기대 효과가 과연 달성된 것이 맞는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사진 출처 : freepik.com> 위치정보법 제정 당시 주요 내용과 최근의 상황 위치정보법 제정 당시에는 법 제정 이유에서 살펴볼 수 있듯, 1) 개인 사생활 침해 우려 대응과 2) 위치정보 이용활성화를 통한 국민생활의 향상 및 공공복리의 증진을 꾀하였다. 보호와 이용이라는 상호 대립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과정에서 보호는 다소 과하게, 활용은 보호를 기반으로 한 제한적 범위 에서의 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만들었던 것이다. 법 제정 당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런데, 제정 당시의 주요 내용은 최근 공개된 위치정보법 개정안에서도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위치 정보법 개정법률안은 4명의 국회의원으로부터 총 5종이 제안되었는데 이를 심사한 결과 각각의 법률안 은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고, 통합ㆍ조정한 대안을 제안하기로 하였다. 대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위치정보 정의 명확화 나) 허가제를 등록제로 완화 다)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라) 개인위치정보의 보유목적 및 보유기간 마) 개인위치정보 처리방침의 공개 바) 개인위치정보의 파기 사) 긴급구조를 위한 개인위치정보의 이용 아) 시정조치 등 <사진 출처 : unsplash.com> 위치정보 이용환경 변화에 따른 위치정보법 수정의 필요성 현대의 위치정보 이용환경은 매우 위치정보법이 최초 제정된 당시와는 매우 큰 변화를 겪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위치정보법 제정당시의 위치정보 활용에 대해 기대되었던 바는 현재의 상황과 완전히 다르다. 개발자라면 모바일 OS로부터 위치정보 API를 통해 별 다른 제약 없이 자유롭게 위치정보를 수 집할 수 있다. 스마트폰 이용자로 하여금 위치정보에 대해 거의 완전한 통제권을 부여하였다. Approximate Location 등 모바일 OS가 제공하는 위치정보 보호 기능이 확산되었고, IoT 보급에 따른 위치정보 수집 및 이용 등 처리가 일상화 되는 등 위치정보법 제정 당시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가 현실로 자리 잡았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뿐만 아니라 웹에서도 HTML Geolocation API를 통해 어떠한 웹서비스일지라 도 쉽게 위치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네트워크가 연결된 기기라면 앱과 웹을 구분하지 않고 개발자가 의 도하는 경우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손쉬운 위치정보 획득 환경변화와 더불어 위치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통제권이 모바일 OS 제공 사업자로부터 이용 자에게 온전히 넘어가 있다. 위치정보 수집 prompt의 제공, 앱/웹 설정에서의 위치정보 제한, 일부 모바일 OS에서 제공하는 approximate location 기능, 모바일 앱에서의 location tracking 경고 기능 등 초기 모바일 서비스에서 ‘친구 찾기’ 기능을 통해 타인의 위치를 은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취약점 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용자 통제권 및 보호의 수준은 그 어느때 보다 높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며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한 사업은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지던 것에서 점차 여타 산업의 기저를 구성하는 기반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꼽은 <2021 위치정보산업 10대 키워드>에는 인공지 능, 빅데이터, 5G, 드론, 모빌리티, IoT, 헬스케어, AR, 자율주행, 블록체인 등 현대사회의 첨단 기술적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위치정보는 이와 같은 최첨단 기술들의 기반이 되는 요소로서 전체 정보통 신 밸류 체인을 관통하는 하나의 줄기가 되었다. (위치정보) 서비스 및 콘텐츠 매출액 측면에서 Top 5 의 증가를 보인 것 가운데 가장 위의 자리를 점하고 있는 것은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광고마케팅 및 상 거래 서비스이다. 위치정보 자체로서 매출을 올리는 지도 및 내비게이션 서비스, 대인/대물 위치 추적 및 관제서비스를 따돌렸다. 과거에 위치정보가 갖고 있던 가치에서 머무르지 않고 시대적 변화에 맞추어 새로운 가치가 발굴되어 생성된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위치정보가 점하는 위치와 성격을 다시금 파악하고, 어떻게 해야 위치정보가 갖는 가치 를 온전하게 끌어낼 수 있을지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 시작은 기존의 위치정보법제가 갖는 문제점을 현대 사회의 환경과 사용 맥락에서 파악해보고,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밸류 체인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몇몇 조항의 수정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우리의 위치정보 활 용은 또 하나의 갈라파고스 제도에 가두어진 채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 자조적으로 이야기하는 “K-위치 정보”의 사례를 남겨두어서는 안될 것이다.
<자료 출처 : 한국인터넷 진흥원 KISA Library> |